베일리는 짜증과 조바심이 나서, 심부름이 급하다고 메르완에게 거듭 말했지만, 메르완은 개입하지 말고 부랑자를 내버려 두라는 베일리의 거듭된 항의를 손짓으로 물리쳤다. 결국 베일리는 참다못해 도와봐야 헛수고라며 투덜거리고 먼저 떠나 버렸다.
메르완은 집안 주치의의 도움을 받아 그 남자를 병원에 입원시켰다. 메르완은 그 남자의 더럽혀진 옷을 벗겨 불태우고, 뜨거운 물로 목욕까지 시킨 뒤 새 옷을 입혀 주었다. 두 달 동안 메르완은 그 병자가 회복할 때까지 곁에서 돌보며, 약과 영양식을 규칙적으로 챙겨 주었다. 의사가 완치를 선언하고 퇴원을 허락하자, 메르완은 그가 지낼 만한 숙소와 일자리를 찾아주었고 가끔 그를 방문했다.
열여섯 살이 된 메르완은 대학 입학 자격시험을 준비해야 했기에 코스모폴리탄 클럽 회장직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는 공부에 전념해야 했고, 여러 다른 활동까지 감안하면 회장직을 계속 맡는 것은 무리였다. 그는 클럽의 생명 그 자체였기에, 다른 소년들은 그가 떠나는 것을 슬퍼했다. 리차드 디크가 그를 대신하여 회장으로 선출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클럽은 결국 해산되었다. 주된 기여자였던 다른 창립 회원들도 성 빈센트를 졸업한 뒤 고등 교육을 받거나 사업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코스모폴리탄 클럽은 몇 년밖에 지속되지 않았지만, 메르완은 이를 통해 회원들 사이에 이상주의와 사심 없는 봉사 정신을 심어 놓았다.
클럽 해산 시 남은 돈(회비와 가구, 책, 잡지, 게임 세트 등의 판매 수익)은 우선 건물 임대료를 지불하는 데 사용되었다. 그런 다음 남은 돈을 어떻게 쓸지 정하기 위해 회의가 열렸다. 모두가 그 금액을 어떻게 처분할지는 메르완의 판단과 재량에 맡기자고 입을 모았다. 메르완의 제안으로, 남은 돈은 가난하고 어려운 가정에 곡식과 옷, 침구와 겨울 담요를 마련해 주는 데 쓰기로 했다. 그러나 이 뜻깊은 자선 계획을 온전히 실행하기에는 돈이 모자랐고, 그래서 한 소년이 남은 돈 전부를 경마에 걸어 보자고 제안했다. "가난한 사람들이 이길 운명이라면," 그 소년이 말했다. "결국 그렇게 될 거야." 메르완은 그 생각에 찬성했다.
어느 날 점심을 먹고 난 오후, 메르완과 베일리, 그리고 다른 두 소년은 푸나 터프 클럽의 경마장으로 향했다.
